
책 소개
- 제목 : 생각에 관한 생각 (원제: Thinking, Fast and Slow)
- 저자 : 대니얼 카너먼 (Daniel Kahneman)
- 역자 : 이창신
- 출판 연도 : 2011년
이 책을 읽은 이유
우연히 통계학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이 책이 언급되는 장면을 본 것이 시작이었다.사실 정확히 어느 영상이었는지는 가물가물해져 다시 찾아봤는데, 결과적으로 내가 원래 봤던 영상은 아니었지만, 안드레 카파시가 대규모 언어 모델(LLM)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에서 이 책을 언급하는 부분을 발견했다. 그 만큼 이 책에서 설명하는 개념이 다양한 학문에 활발히 인용되고 있는 것 같다. (유튜브 영상 : [1hr Talk] Intro to Large Language Models by Andrej Karpathy)
나는 원래 기계가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내리는 의사결정 과정에 관심이 많았고, 그 과정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일상적인 의사결정에도 고민이 많았다. 이 책은 우리가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전 과정을 담당하는 두 개의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 둘을 간단히 ‘시스템 1’과 ‘시스템 2’로 구분한다.
책의 앞부분은 시스템 1과 시스템 2가 각각 어떤 특징을 가지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는 데 집중한다. 이후에는 이 두 시스템이 실제 사회 속에서 우리의 정보 처리와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이 책의 특징
이 책은 “사람의 사고 체계는 빠르고 직관적인 시스템 1과 느리고 이성적인 시스템 2로 구성되어 있다” 라는 가설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시스템1을 중심으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어떤 편향(Bias)과 어림짐작(Heuristic)에 빠지게되는지를 여러 사례를 통해 알려준다.
- 시스템 1은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자동적이고, 에너지를 적게 소모하지만 그만큼 오류나 편향에 취약하다.
- 시스템 2는 느리지만 논리적이고, 더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요구하므로 피곤해지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쉽다.
처음 책을 읽으면 시스템 1이 각종 편향과 어림짐작을 일으키는 ‘나쁜 시스템’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시스템 1은 항상 오류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며, 잘못이 치명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는 굉장히 에너지 효율적이다. 예를 들어 ‘10+12’를 계산할 때, 굳이 시스템 2를 동원해 종이에 적고 검산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진짜 문제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습관적으로 시스템 1을 사용해버리는 점이다. 시스템 1이 적은 에너지로 빠른 결론을 내릴 수 있으니, 본능적으로 편하고 쉬운 결정 방식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도 시스템 2를 제대로 작동시키지 않고, 시스템 1에게 모든 것을 맡겨 실수를 저지른다.
한편 이 책은 단순히 시스템 1과 시스템 2의 차이를 말하는 것을 넘어, 통계적 사고(기저율, 평균 회귀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낙관 편향, 대표성 오류 등 ‘행동경제학’에서 자주 언급되는 주요 개념들을 매우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통계학에 기반하지만 수학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쉽게 발생하는 오류에 대해서 자세히 다룬다.
개인적으로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을 좋아한다. 이는 내가 이전에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더라도 분명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이다. 반면 우리는 종종 경험이 충분하지 않아도 ‘그건 말도 안 돼’와 같이 결과를 단정지으려한다. 그리고 세상을 실제보다 훠~월씬 단순한 모델로 쉽게 이해하려 한다. 인간은 모른다는 사실보다 안다는 착각 속에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책은 페이지 수가 많고 (대략 670p) 다루는 양이 방대하여 부담될 수 있지만, 가설과 주장은 하나의 큰 흐름으로 이어지기에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요즘 같이 정보가 많고, 특히 확인되지 않은 정보 또한 활발히 공유되는 시대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처리해야할 정보가 너무 많은 우리는 대부분을 시스템 1에게 의존할 것이고, 불확실한 정보 때문에 시스템 1이 오류를 범할 확률은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저자도 이야기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스스로가 ‘어림짐작’의 오류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관찰자로서 옆에 있는 사람이 이런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을 관찰하고 그 사람에게 이야기해주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그러니 서로가 서로의 관찰자가 되어 도와준다면, 잘못된 편향이나 어림짐작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 문제들을 조금씩 줄여갈 수 있지 않을까?
하이라이트
P264. 심리학을 제대로 배웠는지 알아보려면, 어떤 상황을 마주했을 때 그것을 이해하는 시각이 달라졌는지를 봐야지, 단지 새로운 사실을 알았는지를 봐서는 안된다. 이 책에서 가끔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일반적인 사람들에 관한 놀라운 사실을 듣기보다 자신의 행동에 나타난 놀라운 점을 찾아낼 때 무언가를 배울 확률이 높다.
P302.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제한된 정보로 최상의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가 괜찮다 싶으면 믿어버린다. 모순적이지만 아는 것이 별로 없을 때, 그림을 맞출 조각이 적을 때, 오히려 조리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가 더 쉽다. 세상은 순리대로 돌아간다는 편안한 확신은 자신의 무지를 외면하는 무한에 가까운 능력에서 나온다.
P312. 사업 흥망에관한 이야기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원하는 것을 제공해 독자의 공감을 얻는다. 분명한 원인을 지목하면서 운의 결정적 역할과 회귀의 불가피성은 외면하는 단순한 성패의 메시지가 그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사실을 이해했다는 착각을 유도하면서, 일단 믿고 보는 독자들에게 지속적 가치가 거의 없는 교훈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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